소비재 리테일 분야에서 증강현실(AR)은 이미 익숙히 활용되어 온 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AR 영상으로 제품을 가상 체험하게 해주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식을 "버추얼 트라이온(Virtual Try-on)"이라 부른다. 버추얼 트라이온은 소비재 리테일 분야 중에서도 시각적인 정보가 중요한 패션과 뷰티업계에서 우선적으로 도입이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버추얼 트라이온 솔루션 업체가 NFT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다수의 기업들이 NFT로 뛰어든 가운데, 버추얼 트라이온 솔루션 업체들은 AR과 NFT, 그리고 메타버스를 연결한 비전을 통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나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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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시장에 뛰어든 대표적인 버추얼 트라이온 업체는 미국의 "Perfect Corp(이하, Perfect)"이다. 이 기업은 지난 2022년 3월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컨퍼런스인 South by Southwest(일명 SXSW)에서 자사의 NFT 프로젝트 "The Perfect Collection of Looks"를 공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본래 Perfect는 인공지능과 AR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패션·뷰티 제품의 가상 시착(Try-on)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 왔다. 다양한 방식의 가상 시착 솔루션을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외부 업체들에게 공급하는 게 Perfect의 주력 사업이다. 하지만 Perfect는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일부 운영 중이다. 일반 소비자용 서비스는 "YouCam"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 현재 Perfect는 YouCam 브랜드 아래 총 6개의 모바일 앱을 런칭한 상태다.
Perfect가 3월 SXSW에서 공개한 NFT 프로젝트는 "가상 메이크업"을 표방하는 AR 이미지를 NFT화한 것이다. 민팅1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OpenSea을 통해 진행했다. 해당 NFT는 "Astral Queen", "Cosmonaut", "Mystical", "Glitching" 등으로 명명된 총 4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이 NFT를 보유한 사람은 Perfect의 YouCam 앱을 이용하여 AR 영상으로 만들어진 가상 메이크업을 자신의 얼굴에 합성해 볼 수 있다.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에서는 Perfect의 NFT 아이디어를 "웨어러블(Wearable) NFT"라 소개하기도 했다.

Perfect는 이와 별도로 "The Perfect Collection of Accessories"라 명명된 프로젝트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메이크업이 아닌 AR 영상으로 만들어진 가상 액세서리를 NFT로 만든 것이다. 역시 OpenSea에서 민팅을 했으며, 활용 방식이나 형태는 The Perfect Collection of Looks와 크게 다르지 않다.
Perfect 측은 자사의 프로젝트에 관해 AR과 NFT를 활용하는 방식을 외부 업체들에 선보이는 일종의 "개념 증명"에 가까운 것이라 설명했다. 이는 해당 프로젝트 역시 기존 Perfect의 AR 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외부 업체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아이디어라는 의미다.
한편, 터키에 기반을 두고 있는 버추얼 트라이온 솔루션 업체 PulpoAR도 최근 NFT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라 공개선언하여 주목받고 있다. 이 업체는 그간 Sephora, MAC, Yves Rocher 등의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기술 파트너로 제휴해 왔다. 그만큼 뷰티 관련 버추얼 트라이온 서비스 부문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업체다.
PulpoAR은 2022년 1월 자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현재 "MetaBeauty"라는 명칭의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메이크업 아티스트, 뷰티 인플루언서, 뷰티 브랜드 등은 MetaBeauty 플랫폼 안에서 일종의 크리에이터가 되어 자신들이 개발한 가상의 메이크업을 NFT로 발행할 수 있다.
PulpoAR은 NFT에 사용횟수 제한과 같은 옵션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실 세계에서 뷰티 제품을 이용해 메이크업을 할 때, 메이크업이 가능한 횟수가 그 뷰티 제품의 용량만큼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최대한 가상 세계에도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NFT를 보유한 사람들이 가상 메이크업을 착용하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채널로서 게임을 함께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게임에서는 당연하게도 블록체인 암호화폐도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View Point
PulpoAR의 공동창업자 겸 CRO(Chief Revenue Officer)인 Rayan Godoi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5년 안에 AR 기반 NFT가 스마트 글래스에 통합되어 진정한 의미로 "착용" 가능해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Apple을 비롯하여 삼성전자, Xiaomi 등의 AR 글래스 출시가 임박한 상황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스마트 하드웨어 시장을 석권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AR 글래스를 출시하는 만큼,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AR 기반의 NFT 또한, 이러한 시류를 제대로 탈 수 있다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중 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스마트 글래스를 쓴 사람에게만 보여지는 메이크업을 NFT로 판매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이때 NFT 제작 과정에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연예인들을 참여시켜 NFT의 가치를 배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PulpoAR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MetaBeauty" 플랫폼은 아마도 이러한 점을 노린 아이디어로 풀이된다.
혹은 현실에서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시도할 수 없는 패션이나 뷰티를 AR로 구현한 뒤 NFT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패션·뷰티 브랜드들은 원자재 없이 디자인만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게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실제 옷을 산 것은 아니지만, 해당 디자인에 관해 자신의 소유권을 오롯이 인정받고, 자신의 사진에 AR 필터를 입혀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소유한 AR 메이크업 NFT를 다른 사람에게 잠깐 동안 빌려주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한편, AR 기반 NFT는 당연하게 메타버스와도 그 비전이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서 아바타가 착용할 아이템을 NFT로 구매하면, 이것이 AR로도 구현되어 사용자도 "착용"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경험 중 하나는 '몰입'이다. 이 지점에서 AR 기반 NFT를 통해 사용자와 아바타의 외양을 어느 정도 일치시킬 수 있다면 한 차원 더 몰입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AR 기술을 보유한 버추얼 트라이온 업체들은 여태까지 등장했던 패션·뷰티 브랜드의 NFT와는 사뭇 다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점이 사용자에게 실제로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수많은 NFT 프로젝트 속에서 세간의 이목을 받아내는 데는 성공했기 때문에 당분간 관련 아이디어와 실험들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