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edit Suisse는 메타버스 시대에 돌입한 음악 산업의 미래를 조망한 올해 초 보고서에서 아직까지는 음악 산업 내에서 메타버스 활용 사례가 정립되지 않은 단계라는 진단을 내렸다. 현재로서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음악 콘텐츠의 통합이 일부 제품 출시 파티나 브랜드 캠페인에서만 주로 목격되고 있다는 점, 음악 산업의 메타버스 수익화 기회가 콘서트와 merchandise 제품에 국한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 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음악 카탈로그에 대한 폭넓은 접근으로 계약 방식을 전환하게 되면, 음반사 진영의 관련 매출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악 산업의 수익 구조가 유지되겠지만, 성장세 여하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이 점차 음악 소비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며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입지를 잠식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Credit Suisse는 2022년 1월 21일에 “음악 비즈니스의 미래(Future of the Music Business)” 시리즈의 일환으로 음악 업계의 베테랑이자 메타버스 플랫폼 Roblox용 게임 스튜디오 The Gang의 음악 부문 수장 Samuel Arvidsson과의 논의 내용을 토대로 메타버스 시대의 음악 산업을 진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단 음악 산업에서 메타버스의 활용 사례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단계라는 평가를 내렸다. Fortnite, Roblox 등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기반한 음악 콘텐츠 제공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사업 분야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음악 콘텐츠의 통합이 제한적인 상태라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주로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일부 제품 출시 파티나 브랜드 캠페인에서만 인지도 제고와 젊은 세대 소비자 참여 유도를 목적으로 음악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례가 목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브랜드들이 e-Commerce와 결합해 디지털 merchandise 제품이나 NFT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음악 콘텐츠가 부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음악 산업의 메타버스 수익화 기회가 여태까지는 콘서트와 merchandise 제품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Credit Suisse의 시각이다. 단, 메타버스 기반의 라이브 콘서트로 팬들의 참여 빈도를 높이고, 실제 콘서트장 방문이 어려운 원거리 팬들을 새로운 팬층으로 포섭할 수 있다는 점은 라이브 음악 수익화 측면에서 청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Credit Suisse는 Meta의 공격적인 투자가 메타버스 플랫폼의 새로운 수익 모델 도입에 있어 게임 체인져로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기도 하다. Facebook은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초점을 두고 사명을 Meta로 리브랜딩한 바 있다.
기술 혁명의 선구자로서 초기 성공의 재현을 꿈꾸며 메타버스에 집중할 방침임을 선언한 상태에서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로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혼합할 수 있는 기술이자 방대한 개인정보 취합이 가능한 혼합현실(MR) 기술 개발에만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음악 산업의 메타버스 기반 수익 모델도 Meta의 전략 행보 및 성과 여하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Credit Suisse는 초기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 음악 콘텐츠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플랫폼으로는 Roblox를 지목하고 있다. 향후 수익이 증대될 수도 있겠지만, 현 시점에는 활용되는 음악 콘텐츠의 양이 적은만큼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 콘서트를 통해 수익을 거두어들이는 아티스트가 소수에 불과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일회성 음악 라이센싱에서 음악 카탈로그에 대한 폭넓은 접근으로 계약 방식을 전환하게 되면, 음반사와 퍼블리셔 진영의 매출도 상승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콘서트 매출의 경우 현 시점에는 통상적으로 음반사가 아닌 아티스트에게 전달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음악 콘텐츠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통합되고, 음반사와 메타버스 플랫폼 간의 거래가 활성화되게 되면 디지털 콘서트 매출 배분 방식도 음반사 측에 유리한 형태로 변경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Credit Suisse의 견해다.
Credit Suisse는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메타버스 계약에서 벗어나 있었던 음반사 진영이 점차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merchandise 제품 판매 계약에서 수수료를 취하기 시작하고 있는 실태에도 주목하고 있다. 음반사들은 일부 아티스트와의 계약에 있어서는 기존의 계약 조건을 변경해야만 디지털 merchandise 제품 판매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인기 아티스트들은 지난 해 동안에 광범위한 merchandise 사업자와 NFT 사업자들로부터 제휴와 관련한 제안을 받아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redit Suisse는 록 밴드 Kings of Leon과 같은 일부 아티스트가 NFT를 둘러싼 초기의 열풍으로 특별히 수혜를 입기는 했지만, 음악과 연계한 NFT가 대거 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NFT 제휴를 통해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음악 산업의 주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당장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부터 매출 잠식의 위협을 받게 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Arvidsson은 단기적으로는 게임, 메타버스, 피트니스,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신흥 플랫폼이 음반사 진영의 매출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 수 있겠지만, 안정적인 수익 창출 여건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성장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음반사 매출을 잠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Roblox와 Spotify, YouTube를 넘나들며 음악 콘텐츠에 참여하고 있는 현재의 아동층이 청년층으로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유료 구독 및 광고 기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탈해 신흥 플랫폼으로 음악 소비의 중심축을 이동하는 가운데, 신흥 플랫폼에서 창출되는 매출이 기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매출 규모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그려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Arvidsson은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구독자수가 향후 7년 동안 10%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10억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Credit Suisse는 2025년까지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구독자수가 연평균 약 14% 증가해 9억 명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스트리밍 되는 음악의 배경화면을 기분에 맞추어 이미지나 동영상 GIF를 이용해 변경할 수 있는 바이브 기능, 스트리밍 도중 현재 재생 중인 화면으로 접속해 코멘트를 남길 수 있는 기능 등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전통적인 음악 스트리밍 인터페이스와 TikTok과 유사한 서비스 경험을 결합한 셈이다.
View Point
LinkedIn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Pulse는 메타버스가 음악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한 2021년 1월 6일 기사에서 메타버스가 가파르게 성장해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키게 되면 메타버스 기반의 집단적인 가상 경험이 크리에이터 경제를 재창조하며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라이브 음악 시장이 메타버스 콘서트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준의 대규모 관중을 견인하게 되면서 음악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티스트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매개로 콘서트는 물론, merchandise 제품 판매, 게임, 앱과 통합된 각종 기능 등 다양한 활동을 토대로 팬과 소통하게 되면서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가 재설정되고 더욱 풍성해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음악과 게임의 교차점에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기도 하다. Fortnite로 유명한 게임 개발 업체 Epic Games가 온라인 음악 스토어 Bandcamp를 인수한 것도 상기한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풀이되고 있다.
Bandcamp는 2022년 3월 2일에 공정하고 개방된 인터넷의 승자인 Epic Games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공표하면서, 양사가 개방적이고 아티스트 친화적인 음악 생태계 구축의 비전의 공유하며 아티스트가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창출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영국 일간지 Guardian은 2022년 3월 7일 기사에서 Epic Games의 Bandcamp 인수에 대해 Fortnite와 같은 가상 세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성장한 차세대 뮤지션과 음악 애호가들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했다. Epic Games가 차세대 뮤지션과 음악 애호가들이 가상 세계에서 음악 콘텐츠 소비를 대폭 늘려 나가게 되는 미래에 대비해 Bandcamp를 손에 넣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아동층이 청년층으로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유료 구독 및 광고 기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탈해 메타버스 플랫폼 등의 신흥 플랫폼으로 음악 소비의 중심축을 이동하게 될 수도 있다는 Arvidsson의 시나리오 와도 맞닿아 있다. 음악 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현 수익 중심축인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설자리를 잃게 되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상현실(VR) 콘서트 플랫폼 AmazeVR의 공동 설립자 Ernest Lee는 음악 산업의 최신 소식을 전하는 GRAMMY.com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모든 IT 관련 유행어를 메타버스가 점령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개시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메타버스 구축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마구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는 7년 전의 VR을 상기시킨다”며, “메타버스는 VR, 증강현식(AR),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개별 구성요소 각각의 성공을 통해서 합체될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개별 구성요소 각각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타버스를 둘러싼 낙관론이 다소 섣부를 수 있지만, 메타버스를 음악 산업의 미래로 지목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최근 추이를 간과하기는 어렵다. 음악 산업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음악 콘텐츠 소비가 보편적인 음악 소비 행태로 자리잡게 되는 미래를 염두에 두고 탁월한 기술력과 자금력으로 무장한 IT 거인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묘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