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가상화폐 정의와 규제 현황 가상화폐의 정의와 역할 및 규제 정립과 관련해 유럽에서는 오랜 기간 하나의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지 못해왔고, 논의만 계속 진행 중이다.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은행당국은 가상 환경에서 통용되는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와 공개키 기반의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되는 암호화폐(Crypto Currency)를 '디지털화폐(Digital Currency)'의 범주 안에 포함하여 다루고자 한다. EU의 가상화폐 규제는 그동안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기존의 유럽통화지침이나 유럽지불서비스지침이 가상화폐에 적용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대신 유럽전자화폐 지침(2009/110/EC)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만 밝힌 바 있다. 2017년 12월 19일 EU 의회, EU 이사회 및 EU 집행위원회가 제5차 자금세탁방지 지침안에 합의함으로써 제한적이지만 EU 차원의 가상화폐 규제를 마련하게 되었다. 제5차 자금세탁방지지침 개정안은 가상화폐, 가상화폐 사업자, 가상화폐 지갑제공업자에 대한 정의 및 지침 준수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같은 해 11월 EU의 증권감독기구인 ESMA(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를 통해 ICO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주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주의문은 ICO에 대해 "가상화폐를 이용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혁신적인 방법이지만, 규제가 부재한 영역에서 사기 및 각종 불법행위에 매우 취약한 투자 방법"이라며, "극도로 높은 가격 불안정성, 부적절한 정보 공개와 기술적 취약성으로 인해 투자자가 보호받기 매우 어렵다"고 경고했다. MICA 시행 계획 및 NFT 규제 여부 2020년 9월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세계적인 암호화폐 규제안의 토대가 될 '암호화 자산 시장(MiCA)'을 발표했다. MiCA는 EU 집행위원외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금융 전략(Digital Finance Strategy)의 일환'으로 가상자산의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 공개, 인증 및 관리 감독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에 맞춤형 규제를 도입하고, 암호화폐를 기존 금융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가상자산 규제안인 셈이다. MiCA의 목표는 1) 기존 EU 금융 서비스 법률에 적용되지 않는 암호화 자산에 대한 법적 확실성 제공, 2) EU 차원에서 암호화 자산 서비스 제공자 또는 발행자에 대한 일관된 규칙 수립, 3) 기존 EU 금융 서비스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암호화 자산에 적용가능한 국가 법률 체계 수립이다. MiCA 발표 후 EU는 역내 모든 암호화 자산 거래소 운영 및 법적 규제를 MiCA 산하로 귀속시키기 위한 정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EU 의회는 올해 2월 말 MiCA의 최종안 표결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채굴시 전력 소비량이 많은 작업증명방식(PoW)을 금지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지분증명방식(PoS: Proof of Stake)으로 바꾸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때문에 이 법안에 대한 최종 투표를 앞두고, EU 내 가상자산이 금지될 수 있다는 우려로 뉴욕증시와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서는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지난 3월 14일 가상화폐 규제안인 MiCA의 추안 표결을 통해 작업증명 기반 가상화폐 채굴 금지 조항을 부결시켰다. 27개 회원국이 참여한 투표 결과 찬성 24표, 반대 34표가 나왔다. MiCA의 최종안에는 가상화폐의 발행과 거래 범위를 EU 27개 회원국 전체로 확장할 수 있고, 회원국 간에 공통적으로 혀용되는 가상화폐 사업 허가를 취득할 수 있으며, 관련 기업들이 주식, 채권 등 자산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는 등 126개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유럽의회 내에서 MiCA 프레임워크를 담당하는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Economic Monetary Affairs Committee)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MiCA의 시행 예정일인 2025년 1월 1일까지 기후변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든 가상화폐 채굴 활동을 EU의 친환경 분류체계인 'EU Taxonomy'에 포함되도록 하는 입법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가상화폐 산업이 '환경적 기속가능성'을 준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유럽의 블록체인 지식 허브 구축 및 생태계 촉진을 목적으로 2017년 설립된 '유럽 블록체인 관측소(EU Blockchain Observatory and Forum)는 최근 범유럽적인 블록체인 가상화폐 규제 샌드백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운용 컨소시엄 입창 공고를 발표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규제 샌드박스는 유럽 내 국가-규제기관-기업 간 소통을 활성화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 사업에 대한 법률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다. CBDC 연구 현황 유럽중앙은행은 2021년 7월 CBDC의 본격적 유통을 위한 사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중앙은행은 향후 24개월 동안 시중 상업 은행 및 유통 업체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디지털 유로화 발행 및 유통시 발생하는 영향과 문제점에 관한 연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Lagarde 총재는 올해 초 디지털 유로화가 향후 4년 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미 2020년 '디지털 유로'에 대해 서비스 상표 등록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내역에 따르면 상표 등록한 '디지털 유로'는 온라인으로 상거래를 수행하거나 토큰을 매매, 관리, 결제, 다운로드, 기록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 시스템으로 정의되며, 금융 및 화폐, 은행 서비스, 사용자 인증 서비스도 포함한다. 한편, 유럽 각국의 CBDC 발행과 관련한 연구 현황은 다음과 같다.


블록체인에는 우호적 EU는 블록체인에 대해선느 우호적이다. 2013년부터 블록체인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Horizon2020을 통해 최대 3억 4,000만 유로를 지원했다. 또한 'EU Blockchain Observatory and Forum'을 발족해 블록체인 관련 정보 수집, 트렌드 분석, 도전 과제 해결, 블록체인의 사회 경제적 잠재력 연구 등을 통해 블록체인 지식 허브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한편, Deutsche Bank 및 HSBC 등 7개 대형 은행은 'Digital Trace Chain(DTC)'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해당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여 유럽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무역 금융 거래를 지원하고자 한다. EU와 IBM이 주최한 'we.trade'라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는 유럽 내 14개 은행이 참여하였으며, 이 플랫폼을 통해 국가 간 실시간 블록체인 금융 거래를 완료한 바 있다. NFT 규제 - MiCA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듯 유럽에서 NFT는 아직까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MiCA의 시행과 함께 일부 NFT는 규제 대상에 포함도리 가능성이 있다. MiCA의 제3조 규정에 따르면, 암호화 자산은 '분산원장기술 또는 이와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여 전자적으로 전송 및 저장할 수 있는 가치 또는 권리의 디지털 표현을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 있는데, 이 규정으로 인해 NFT가 넓은 의미에서 규제 대상 암호화 자산에 속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 외, 유럽 각국의 NFT 규제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유럽, 최초의 단일 규제안 입법 시도... 민간 가상화폐와의 합의점 찾아야 최근 MiCA의 유럽의회 통과는 범유럽 차원의 단일 가상화폐 규제안을 수립하려는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EU는 가상화폐가 기존의 유럽 통화 및 화폐 관련 규제나 전자지불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지조차도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최소한의 규제인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 대상에만 포함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의 규모가 커진데다 NFT, DiFi(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 등 가상화폐 산업의 생태계는 갈수록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지난 2년 간의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디지털화와 기존 산업체계의 혼란과 변화, 그리고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의 불안도 가상화폐 산업으로의 자금 유입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자산에 대한 우호적 스탠스를 천명한 행정명령 발표나, 중국의 CBDC 상용화 박차 움직임처럼 주요국의 가상자산 제도권 수용 및 CBDC 발행 행보가 빨라지면서 유럽도 보폭을 마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U는 MiCA가 시행되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시장 및 개별 가상화폐에 관한 정보를 더욱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고, 가상화폐가 자금 세탁 수단이나 테러리스트 등 범죄집단의 자금 확보 수단으로 악용되는 위험을 더욱 확실하게 방지해 줌으로써 시장의 건전성 및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iCA가 유럽의회와 유럽연합 이사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하면 이 법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부터 EU 전체 회원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단일 규제체계 하에 놓이게 된다. CBDC 발행 연구, 소매 단계로 진화... 민간 가상화폐 수용 선그어 유럽중앙은행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CBDC 연구는 실제로 소비자가 활용하는 소액 소매 단계의 CBDC 발행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디지털 유로화 정책으로 평가된다. 유럽중앙은행은 이와 관련해 디지털 유로화를 현금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활용하는 것, 즉 디지털 결제 사각 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리서치업체 Forkast가 대서양 위원회(Atlantic Council Research), 국제경제은행, 국제통화기금의 공동 조사 결과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87개국이 CBDC를 연구 중이며, 9개국이 CBDC를 발행했다. 현재 주요국의 CBDC 추진 현황은 다음과 같다.

EU는 MiCA 수립 및 CBDC 발행을 통해 디지털 화폐의 제도권 수용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아직까지 그 역할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디지털 형태의 가치 저장 자산임은 분명하지만, 정식 '화폐'는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의 Christine Lagarde 총재는 가상화폐 활성화가 세계 경제 발전에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가상화폐의 지나친 투기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섣부른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가상화폐의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특성과 스테이블 코인에 한해서는 그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모든 형태의 자산에는 중앙 은행이 주체가 되는 시장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은 "실물 화폐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며, 제도권으로 수용은 하되 중앙 정부의 감시 하에 두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MiCA 최종안의 PoW 금지 조항에 대한 대체안을 어떤 식으로 민간 가상화폐 업계와 합의해 나가느냐에 따라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 가상화폐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결국 민간 가상화폐에 대해 사실상 전면 금지 조치를 결정할 지, 아니면 민간 부문과의 합의 및 수용을 통한 규제안을 수립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