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Coinbase의 1분기 실적이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의 악재를 피하지 못하고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Coinbase는 매출 감소, 적자 전환, 사용자들의 총 거래액 감소 등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인력 충원 보류, 자사주 매입, 직원들에 대한 주식 보조금 지급, 비용 절감 등 응급 처치를 진행하는 동시에 투자 및 M&A 강화, 다양한 자체 서비스 개발 등 사업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Coinbase는 현재 총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매 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사용자들을 Coinbase 생태계 안으로 품겠다는 목표로 구독 및 통합 서비스, 자사의 기술력을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 NFT 마켓플레이스까지 출시하는 등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Coinbase는 시장 상황의 악화와 경쟁 격화 및 규제 강화로 당분간은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Coinbase의 2022년 1분기 실적
지난 5월 10일 발표된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Coinbase의 1분기 실적은 최근 코인 시장의 대형 악재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1% 및 직전 분기 대비 53.2%나 감소한 11억 6,5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였던 15억 6,600만 달러에 비해서도 25.27% 하회했다. 여기에다 순손실 4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고, 조정 EBITDA(adjusted EBITDA)는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8.2%, 직전 분기 대비 98.3% 감소했다.
1분기 월간거래사용자(MTS) 수는 92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8% 증가했으나, 총 거래액은 전년 동기의 3,350억 달러 대비 7.8% 감소한 3,0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Coinbase의 적극적인 고객층이 수익 창출 관점에서 질적 저하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1분기 51%의 사용자 증가율은 2021년과 2020년 전체 기간 동안의 증가율인 307%와 180%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인 시장의 거래량이나 사용자 수 감소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올해 말까지 Coinbase의 MTU가 3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적 발표 후 Coinbase의 주가는 전일 대비 12.6% 하락한 72.99달러로 마감했으나 장외에서 16.4% 추가 하락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70% 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Coinbase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Fred Erhsam은 최근 주가 방어를 위해 약 110만 주의 자사주를 7,450만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Coinbase의 사업 다각화 행보 – 투자, M&A 및 NFT 마켓플레이스
Coinbase의 실적이 이처럼 악화된 이유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불어닥친 역풍이 가장 큰 원인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만도 30% 이상 하락했으며, 최근의 루나·테라의 폭락 사태 등이 시장 상황을 악화시켰다. Coinbase의 시가총액도 3월 이후 70%가 증발했으며, 무엇보다 사용자들의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Coinbase에 따르면, 매출의 대부분은 기관 거래가 아닌 소매 거래에서 발생하는 구조로, Coinbase 전체 거래 매출의 95%, 순이익의 93%가 소매 거래에서 발생한다. 단일 매출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시장의 변동성이 급증하면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용자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매출이 직격탄을 입게 된 것이다.
Coinbase는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위해 투자 자회사를 통한 외부 투자와 M&A·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자체 NFT 거래소 'Coinbase NFT' 출시, 가상 자산 거래 구독 서비스인 Coinbase One 등을 고려해 왔으며, 어려운 경영 상황 타개를 위한 비용 절감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첫째, Coinbase는 2018년부터 투자 자회사인 Coinbase Ventures를 통해 250개 이상의 가상 자산 관련 기업에 투자해오고 있다. Coinbase가 다른 기업으로의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는 1) 가상 자산 생태계 도입 촉진 지원, 2) Coinbase가 생태계 내에서 선도적 입지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신생 기술에 대한 통찰력 강화, 2) 업계 M&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수익원 다양화 등이 있다.
Coinbase의 외부 투자액은 2020년 2,600만 달러에서 2021년 3억 5,200만 달러로 급증했고, 투자사의 수도 2020년 100개에서 2021년 300여 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표적인 투자사로는 이스라엘 기반의 암호화 보안 기술 기업 Unbound Security, 모바일 암호화 지갑개발 업체인 Breadwinner, AI 기반 암호화 기술 지원 플랫폼인 Agara Labs, 웹 3.0 기반 계정 다중 연결 지원 기술 개발 업체인 Zabo 등이 있다. 한 때 거래 수수료를 없앤 증권거래 앱인 Robinhood에 대한 인수설이 돌았으나, Coinbase는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둘째, Coinbase는 올해 4월 자체 NFT 마켓플레이스인 'Coinbase NFT'의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5월 4일에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기대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출시 당시 Coinbase의 NFT 거래소는 여타 거래소의 다양한 강점을 부각했다. 우선, 사용자가 자신의 NFT 보유 목록을 공개하고 사용자간 '좋아요' 및 댓글까지 달 수 있는 SNS 기능을 탑재했고, Coinbase 지갑뿐만이 아닌 메타마스크와 같은 외부 지갑을 연동하는 한편, 신용 카드를 통해 법정 화폐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이더리움 가스비 및 크리에이터가 설정한 로열티 이외에는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Coinbase NFT가 현재 최대 NFT 거래소인 Opensea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 지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5월 5일 기준 이용자 수는 214명, 거래 건수는 107 건으로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조한 이용률에 대해 이미 Rarible, Nifty Gateway, Looksrare 등 많은 경쟁자들이 안정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다, Kraken 등 후발 주자들이 NFT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Coinbase가 Coinbase NFT를 출시한 시점이 이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 자산의 시장이 약세에 접어들었을 때라는 것도 주 요인이로 꼽힌다. Coinbase NFT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시장의 안정화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Coinbase는 핵심 수익원인 소매 거래 수수료의 개선을 위해 사용자가 개별 거래 때마다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닌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지불하게 하는 거래 구독 서비스인 Coinbase One과, 가상자산의 예치 및 거래를 포함하는 통합 서비스인 'Coinbase Prime'을 출시했다. 상기 서비스들은 매출이 악화되는 가운데에도 좋은 실적을 보였는데,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9%나 증가한 1.5억 달러로 총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또한, Coinbase 내부에서 활용되던 기술 역량을 외부에 판매하는 'Coinbase Cloud' 서비스도 출시했다. AWS의 Coinbase 버전으로 아직 구체적인 매출 규모나 사용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향후 시장이 확대된다면 신규 매출원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Coinbase는 고용 속도 조정, AWS 수수료 지출 감액 등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Coinbase는 2021년 나스닥 직상장(direct-listing) 이후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1,250명에서 3,730명으로 인력을 빠르게 증원했으며, 올해도 NFT 프로젝트와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력을 3배 더 충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이후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최소 향후 2주 간 모든 고용을 멈추는 등 인력채용 속도를 조절하고 운영 비용 절감에 보다 집중할 예정이다.
View Point
Coinbase, 광범위한 자체 가상 자산 생태계 구축이 목표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Binance와 FTX에 이어 글로벌 코인 거래량 기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Coinbase는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의 금성장과 더불어 승승장구해왔다. 그런데, 가상자산 시장이 작년 말 올해 초부터 급랭하면서 Coinbase도 악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실적 발표 자리에서 Coinbase 경영진들은 시장 전반의 침체를 언급하며, 예전에도 가상자산의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지나치게 성장에만 주력해 왔으며 이번에 찾아온 시장 일부가 아닌 전체적인 위축은 필연적으로 거쳐가야 할 시기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시기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휴지기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Coinbase 경영진들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커머스의 경우 2000년대 초까지는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극히 미미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GDP의 15%에 달하는 것처럼, 가상 자산도 장기적으로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Coinbase의 위기 대응 전략은 Coinbase가 보유한 현금에 기반해 투자 및 M&A 강화를 통한 사업 모델을 다각화와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전자의 방식에 더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Coinbase의 사용자들이 Coinbase에서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Coinbase 외부의 탈중앙화 앱(Dapp), 게임, NFT 및 소셜 커뮤니티 활동에 소비하더라도 그 수익의 일부가 다시 Coinbase로 흘러들어올 수 있는 거대한 자체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장기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Coinbase 및 가상 자산 시장의 위험 요소
그러나, 최근 글로벌 증시 폭락,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같은 가상자산 시장 가치의 폭락 등으로 어려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Coinbase가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견고하다 하더라도 현재로서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며, 시장에 산재해있는 위험 요소들도 많다.
첫째, 이미 Coinbase 외에도 동일한 거래 경험을 제공하는 거래소들이 많다. Binance와 FTX를 비롯해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경험은 대부분 비슷하다. 거래자와 투자자들은 수수료없이 거래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고,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경쟁 업체들이 진입하더라도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 업체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도 Coinbase에게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일례로, 거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아 큰 주목을 받은 미국의 주식거래 앱 Robinhood가 올해 4월 말 가상자산 거래 사업을 해외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주식 거래 중개가 최근의 증시 폭락으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자 '가상자산'과 '글로벌'을 앞세우고 상황을 타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해 3월부터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Robinhood는 올해 1월 가상자산 지갑의 베타 버전을 발표했는데,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QR 코드 스캔, 온체인 거래 내역을 볼수 있는 '블록 탐색기' 기능, 전송한 가상자산의 가치를 달러로 환산해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러한 경쟁 업체의 등장은 Coinbase가 넘어야 할 장벽의 개수와 높이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아직까지는 제도권의 가상자산 시장 규제가 그리 엄격한 편이 아니지만, 제도권에서 가상자산을 수용하는 대신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게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 Joe Biden 대통령은 가상자산 추가 연구를 골자로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고, 현 행정보는 가상자간 거래 신고액을 600 달러로 낮추고 미 국세청(IRS) 세무감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 이외에도 영국, 인도 등에서는 가상자산 광고 규제 수위를 한층 강화하는 등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규제안들이 수립되고 있다.
규제안이 구체화된다는 것은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에 법적인 명확성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자율성을 제한하게 되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어려운 시기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은 가운데 Coinbase도 시장 침체, 규제 강화 및 경쟁의 심화로 당분간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