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와 게임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새로운 IT 기술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항상 게임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게임이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술 대중화와 사용자 유입을 위한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블록체인 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블록체인 시장조사기관 DappRadar의 공동설립자 Dragos Dunica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월까지의 기간 중 활성화된 디지털 지갑의 50% 이상이 게임을 통해 활성화되었으며, DeFi 플랫폼이 게임과 결합하는 등 게임과 다양한 블록체인 부문의 상호연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이미 블록체인 업계의 게임에 대한 기대가 현실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NFT 게임의 BM은 이전과는 달리 게이머 커뮤니티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이머들이 거버넌스 토큰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가 구성되고 게임 운영 전반에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가 NFT를 도입할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 등 블록체인 서비스와 연계되고 메타버스로의 발전을 위한 중요 과제 중 하나인 경제 시스템 구축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게임이 발전할 경우 암호화폐와 NFT의 활용도는 높아지고, 이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게임사의 수익 증대와 가치 향상으로 이어진다. 즉, 현재의 게임산업에게 NFT와 블록체인은 게임 그 이상을 향한 비즈니스 모델 성장의 첫 걸음인 셈이다. 커뮤니티 반발 직면한 게임산업의 NFT 도입 행보 한편 NFT에 대한 게이머들의 상당한 거부감이 가시화되며 실제 도입에는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NFT 도입 계획을 유보하거나 철회하는 등 게임사들이 커뮤니티의 반발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Ubisoft는 지난해 12월 NFT 플랫폼과 슈팅게임의 NFT 아이템을 출시하였고 이로서 Ubisoft는 블록체인 게임에 도전한 최초의 대형 퍼블리셔가 되었다.

이에 IT 미디어 ARS Technica 등 주요 미디어들은 Ubisoft의 Quartz 시스템에서 새로운 점을 전혀 찾을 수 없다며 굳이 NFT를 도입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게이머 커뮤니티 Reddit에서도 Quartz 프로젝트 출시와 함께 이를 보이콧하자는 메시지가 게시되었으며, 3일만에 2,5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중 90%가 찬성 의견이었다. 이 메시지는 Quartz 프로젝트는 깊이있는 양질의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사용자를 무시하는, 또 다른 형태의 반소비자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Ubisoft 사태 외에도 우크라이나 게임사 GSC Game World가 NFT 도입 계획을 철회하며 게임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S.T.A.L.K.E.R.> 시리즈로 유명한 GSC Game World는 지난해 12월 NFT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이는 단순 NFT 아이템 출시를 넘어 암호화폐로 입찰할 수 있는 특별 아이템 경매, 게이머가 자신의 신체를 스캔한 뒤 NFT로 주조해 게임에 NPC로 등장하게 하는 것 등 새로운 NFT 활용 방식을 제시하고 있어 주류 게임계의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로 손꼽혔다. 계획 발표와 동시에 게임 팬 수천 명은 Twitter와 Reddit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게임사가 팬들로부터 돈을 더 짜내려고 한다고 분노를 표출했고, NFT 도입 계획 발표 48시간이 채 지나기 전해 "게임 팬들의 피드백에 따라 NFT 도입 계획을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NFT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NFT 도입을 검토하던 게임사의 태도도 변화시켰는데 대표적으로 Sega의 경우이다. Sega는 NFT 관련 상표를 출원한 바 있으며 NFT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와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나 게임 커뮤니티의 부정적인 반응을 의식한 듯 경영진 간담회에서 "부정적인 요소 완화 방안, 일본 규제 내에서의 도입 가능성, 게임 커뮤니티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 등 다각적이고 신중하게 NFT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NFT 도입이 단순한 돈벌이로 인식된다면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여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업계 내 부정적인 인식에도 NFT 도입을 꾸준히 추진중인 게임사도 있다. 모바일 게임의 상징적 기업 Zynga의 부사장으로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주도하는 Matt Wolf는 "NFT는 정말로 커뮤니티를 위한 것이고 우리는 P2E 기회 제공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플레이어들이 NFT를 얻고 소유하고 판매하기 용이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이자 블록체인 게임은 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Zynga의 블록체인 게임 담당팀은 현재 15명이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책임 프로듀서 등 선입급을 포함해 100여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을 밝이는 등 NFT 도입 및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이 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자세로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말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NFT 게임에 대한 비판 NFT와 암호화폐 도입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게이머가 게임을 통해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으나 게이머 커뮤니티는 이를 노골적인 수익 추구이자 게임의 본질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적 인식의 기저에는 F2P(Free-to-Play), P2W(Pay-to Win) 등 그간 게임사들이 추구했던 BM이 있다. 게임산업 미디어 Fanbyte의 Merritt K 에디터는 게임사의 과도한 수익추구에 대한 반발은 지난 10년간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지불 요소인 NFT 아이템 도입 계획에 게이머들은 이전 수익모델의 변화와 반복으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P2E 게임 열풍을 일으킨 초기 블록체인 게임의 몰락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된다. <Axie Infinity>의 게임토큰 SLP는 지난해 최고 0.4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었으나 2022년 2월 0.01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는데, SLP가 번식 외 사용처가 없음에도 무제한 공급과 상위권 플레이어에게 막대한 SLP를 제공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또 게임 내에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신규 플레이어를 통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동성에 의존하는 폰지 사기와 동일하다는 구조적 결함도 지적됐다. 블록체인 게임의 구조적 결함은 게임을 즐기려는 일반 게이머의 유입을 차단하고 게임 내 디지털 재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DeFi 애널리스트 Ajibola Lawal은 <Axie Infinity>에서 드러난 결함이 여타의 P2E 게임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게임이 폰지 사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수익성만을 강조하는 블록체인 게임과 이를 거부하는 전통적인 게임이 중간 위치에서 장점을 극대화하고 수익성에 매몰되는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현재 게임산업에 분 NFT 열풍을 비판했다. NFT와 암호화폐 도입을 통해 게이머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만연한 가운데 게임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정밀한 설계는 부재했던 실책이 P2E 게임의 몰락을 초래하고 게이머의 부정적인 인식을 키운 것은 상당 부문 개발자와 투자자 모두의 귀책이라 할 수 있다. P2E 모델을 앞세운 블록체인 게임에 내재된 문제들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전망 및 시사점 게이머 커뮤니티의 NFT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대다수의 게임사가 NFT 도입 계획을 철회하거나 모호한 상태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NFT 게임은 조금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되기도 한다. 그 근거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Konami는 <Castlevania> 출시 35주년 기념 NFT 콜렉션을 발매해 큰 비판을 받았으나 1점당 1만 2,000달러의 2차 거래 시세를 형성하며 수요를 확인시켰다. 또 게이머들의 주요 비판 대상이 되었던 Ubisoft의 경우에도 발행한 NFT 아이템 대비 이를 구매하기 위해 플랫폼에 연결된 디지털 지갑이 3배 이상으로 NFT 아이템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NFT 도입을 검토하는 게임사에게는 커뮤니티의 인식 변화 유도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주문된다. NFT가 게임에 제시하는 가능성은 게임 운영 및 소유의 주도권을 게이머 커뮤니티가 쥘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새로운 게임 매커니즘 탄생 가능성과 게임 IP를 퍼블리셔와 게이머가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NFT 도입이 수익성 추구보다 수집을 통한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고, 창출되는 수익을 게이머와 공유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면 공정한 게임 경제 구축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만 한다. 블록체인과 NFT가 수년 전부터 '튤립 버블'에 비유되어 왔는데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이 NFT를 게임이 아닌 주변부에서 활용성을 제시하며 게이머 커뮤니티를 포함한 업계 전반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산업에서의 NFT 활용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유명 NFT 작품인 'Board Ape Yacht Club'의 경우 NFT 소유주만 참여할 수 있는 Discord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커뮤니티 회원만 참석할 수 있는 파티를 개최하는 등 NFT를 디지털 작품의 소유권 증명과 함께 멤버십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영감을 받아 뉴욕에 2023년 문을 열 레스토랑 Flyfish Club은 NFT 멤버십으로만 운영할 예정으로, 멤버십 혜택을 통해 NFT를 소유할 가치를 만들어냈으며 새로운 투자 유치 방법을 제시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e스포츠 조직 G2 eSports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한 혜택과 소셜클럽 입장권 역할을 하는 NFT 'Samurai Army'를 출시한 바 있다. NFT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 당사자 간의 대립 구도가 이어지는 현 상황을 해결할 핵심은 결국 게임에 있다. 돈벌이만이 아닌 재미있는 게임, 두 요소의 균형, 이를 위한 경제 시스템 설계 능력이 핵심이며, 이를 게이머들에게 잘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량도 중요하다. 이러한 난관은 단기간 내에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이나 게임사들이 새롭고 창의적인 NFT 활용 방식을 제시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게임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NFT 활용법을 제시하는 방향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