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baba, Tencent, Baidu, JD.com 등 민간 인터넷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NFT 거래 플랫폼 시장에 국유 기업들도 잇따라 참전하고 있다. NFT 관련 기업의 지분 인수에 집중하던 국유 기업들은 최근 들어 NFT 플랫폼을 직접 출시하며 시장에 적극 참여하는 양상이다. 인터넷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중견 상장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이 NFT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국유 자본에 의해 설립된 NFT 플랫폼이 높은 공신력과 안정적인 자원 기반을 앞세워 시장의 주류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저장성 지역 최초의 국유 NFT 플랫폼인 '쉬미수창'이 지난 4월 22일 공식 오픈했다. 쉬미수창은 항저우 국제디지털거래 유한회사가 제작했으며, 항저우 국제디지털거래 유한회사의 최대주주인 항저우 금융투자그룹 유한회사는 항저우시 인민정부가 90%의 지분을 보유한다. 따라서 쉬미수창은 사실상 항저우시 인민정부가 실질적으로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
쉬미수창은 4월 25일, 첫 번째 NFT 상품으로 오행성상, 용천보검, 천안6경, 항저우 서호: 뫼비우스 청백사 등 저장성에서 출토된 문화재 또는 관광명소를 주제로 한 NFT 4종을 출시했다. 일례로 '항저우 서호: 뫼비우서 청백사'는 항저우에 위치한 서호에 얽힌 설화인 '백사전'에서 영감을 얻어 흰색 뫼비우스 형태로 디자인된 NFT다.
쉬미수창이 출시한 상품 유형으로 볼 때 NFT 플랫폼은 지역 문화 유산과 관광을 홍보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도 평가된다. 중국 블록체인 기업 Onchain의 Da Hongfei CEO는 "쉬미수창과 같은 NFT 플랫폼은 지방 문화광광 산업 발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타깃 소비자 역시 지역 주민, 관광객 등 문화관광 관련 이용자"라고 분석했다.
쉬미수창은 동종 플랫폼과 비교해, 사업 분야가 NFT 판매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자산 백업(backup) 등록, 오픈형 메타버스 개인공간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 디지털 자산 백업 등록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의 디지털 자산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 장치로서, 실명을 인증한 이용자에 한해 다른 NFT 플랫폼에서 합법적으로 획득한 디지털 자산 정보를 플랫폼에 등록한 후 백업용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NFT 전문가 Liu Tianjiao는 "쉬미수창의 출시는 업계에 NFT 플랫폼 서비스의 규범을 시범적으로 제시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예로, 쉬미수창은 중국 국유 판권 서비스 플랫폼인 '지식 체인'과 '신판 체인'을 도입해 쉬미수창에서 거래되는 NFT에 대해 정품 여부 확인, 콘텐츠 판권 침해 여부 심의, 상품 가치 평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는 최근 NFT 열풍에 따라 빈번해지고 있는 상품 위변조, 투기, 판권 침해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산둥성에서도 역내 최초의 국유 NFT 플랫폼인 '하이바오 수창'이 5월 20일 출시될 예정이다. 하이바오 수창은 국유 기업인 산둥성 인터넷 미디어 그룹과 산둥성 문화자산권 거래소가 공동 제작했으며, 무형문화재, 관광, 피규어 등 다양한 문화 IP(Intellectual Proterty)에 기반한 NFT를 발행할 계획이다. 하이바오 수창 측은 지역 공공문화의 디지털화 구축, 디지털 문화자산의 권리 보호 및 거래의 표준 수립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지난 5월 4일 Sina.com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직속기관 국유 자산 감독관리위원회의 자회사 요우둔 블록체인 유한회사가 운영하는 NFT 거래 앱 '요우둔수창'이 수개월의 시범 서비스를 거쳐 조만간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요우둔수창은 높은 공신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NFT 마니아와 관련 기업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연내 거래금액 100억 위안(약 1조 9천억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 국유 자본은 메타버스·NFT 열풍이 점화했던 2021년, NFT 관련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NFT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상하이 둔홍 자산관리 유한회사 산하 저장성 촹샹문화산업기금은 중국 NFT 플랫폼 TheOne.art에 대한 엔젤 투자를 주도했다. 2021년 5월 설립된 신생 플랫폼인 TheOne.art은 문화재, 예술,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IP에 기반한 NFT를 선보이며 문화·예술품 분야 메이저 플랫폼으로 부상한 플레이어다. TheOne.art는 2022년 4월 11일 유치한 수천만 위안 규모의 시리즈 A라운드 투자에 대해 투자 주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투자로 국유 자본의 지분 보유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NFT는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개인 소장 또는 양도 기능에 제한되어 있음에도, NFT 고유의 희소성과 소장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유 기업들은 NFT 플랫폼 출시라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신 성장 기회 모색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상하이 리신회계금융대학 공상관리부 Wang Jian 부교수는 "국유 자본의 NFT 시장 진출은 정부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확대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메타버스 산업 발전과 관련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글로벌 기술 강국을 목표로 내세운 중국 정부가 메타버스 발전으로 창출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임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주요 지방정부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육성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 중 메타버스 발전에 가장 적극적인 상하이시는 지난해 12월 21일 개최한 경제 업무 회의에서 "기업이 미래의 가상 세계와 현실 사회 간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적절한 시기에 관련 시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상하이 정부가) 이끌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하이는 같은 해 12월 30일, 중국 지방정부 중 최초로 "14차 5개년(2021~2025년) 산업 발전 계획"에 메타버스를 포함시켰다. 이밖에 우한, 허페이, 청두, 선전시 푸텐구 등 지방정부들은 올해 해당 지역에서 중점 추진해야 할 업무 내용을 담은 "2022년 정부 업무 보고서"에 메타버스 발전을 포함시켰다. 국유 자본에 기반한 NFT 플랫폼은 공신력이 높고 투명한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며,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 NFT 상품들은 주로 기업에서 제작한 전용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에 저장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운영 기업이 도산하거나 플랫폼이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이용자의 NFT 소장품이 소실될 리스크가 존재한다. 국유 기업 산하 NFT 플랫폼들은 시장 규범을 준수한 NFT 플랫폼임을 강조하며 디지털 자산 및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쉬미수창 플랫폼의 디지털 자산 백업 등록 서비스의 경우, NFT를 구매했던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구매한 NFT가 소실되었더라도 사전에 쉬미수창에 디지털 자산을 백업한 이용자는 해당 디지털 자산의 정보를 추적해 법적인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국유 기업 산하 NFT 플랫폼은 NFT 제작 및 소비자 유치에 활용할 문화 IP 확보 방면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 소장 기능 중심인 중국 NFT의 특성상 인기 콘텐츠 IP 또는 중국 문화재에 기반해 제작된 NFT가 거래 시장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문화재 또는 관광명소에 기반한 NFT는 최근 각계에서 불고 있는 애국 마케팅 열풍과 문화 유산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적 기조가 맞물리면서 소장 가치가 커지고 있다. 중국 주요 박물관과 지방정부마다 NFT 제작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쉬미수창은 국유 출판사 신화문헌 출판사와 NFT 관련 프로젝트 협력을 체결했으며, 항저우시 문화방송 관광국과 무형 문화재 기반 NFT 제작 협력을 전개한는 등 다양한 기관 및 기업들과 콘텐츠 생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블록체인 기업 Onchain의 Da Hongfei CEO는 "국유 자본에 의해 설립된 NFT 플랫폼은 탄탄한 자원 우위로 기존 플랫폼에 위협을 가할 수 있으며, 경쟁 플랫폼의 고객 및 IP 확보를 위한 비용 상승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유 자본의 NFT 시장 진출 확대는 대중에게 NFT를 홍보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대중의 NFT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시장의 장기 발전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유 기업 산하 NFT 플랫폼이 합법적인 서비스와 콘텐츠 가치 방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승기를 잡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각각 2021년 6월과 8월 NFT 플랫폼을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한 Alibaba와 Tencent는 우수한 기술력과 방대한 콘텐츠 생태계 및 이용자 기반에 힘입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Baidu, JD.com, Netease 등 중국 인터넷 대기업들도 NFT 플랫폼을 잇따라 출시했으며, 최근 크고 작은 기업들이 NFT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 IT 매체 중국과학망에 따르면 2021년 중국 NFT 플랫폼에서 발행된 NFT는 약 456만 개이며, 이들의 가치는 약 1억 5천만 위안(약 282억 원)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Toubao Research는 오늘 2026년 중국 NFT 시장의 규모가 300억 위안(약 5조 6천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 위·변조 등 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불법 및 투기 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유 자본의 NFT 플랫폼 시장 진출은 합법적인 서비스의 모범 사례를 모색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