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P2E(Play to Earn) 게임 붐을 일으킨 'Axie Infinity'의 위상이 게임 내 경제 밸런스의 붕괴로 크게 흔들리면서, P2E 트렌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xie Infinity'의 급성장에 편승하며 동반 성장한 P2E 길드 진영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P2E 길드는 P2E 게임 이용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대신 이용자와 P2E 수익을 나눠 받는 모델을 통해 수익을 올려 왔는데, 최근에는 신규 P2E 게임의 초기 투자에 나서는 등 P2E 게임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P2E 길드의 존재가 현재 P2E 게임 업계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문제를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고 적지 않다. 결국 이들의 관심사는 게임플레이를 통한 수익 창출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금까지의 P2E 게임이 보여준 "폰지(ponzi)" 구조라는 한계를 P2E 길드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P2E 길드의 시작은 'Axie Infinity'에서 선보인 스콜라십 프로그램이다. 'Axie Infinity'를 플레이하려면 게임 NFT인 'Axie' 캐릭터가 최소 셋 이상 필요한데, 스콜라십이 처음 공개될 당시인 2021년 4월에는 가장 싼 'Axie' NFT도 수백 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비용 부담이 컸다. 스콜라십은 'Axie'를 다수 보유한 이용자가 다른 이에게 자신의 NFT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게임플레이로 획득한 보상을 일정 비율로 배분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Axie Infinity'의 이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NFT의 수요 역시 크게 늘어서 신규 NFT 민팅이 활성화하는 등 게임의 본격적인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P2E 길드는 이런 스콜라십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기업형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스콜라십은 NFT를 빌려주는 임대인이 수익 배분율을 직접 정할 수 있어 불합리한 경우가 많았고, 임차인의 부정행위 등으로 임대인의 NFT가 몰수되는 등 피해도 적지 않았다. P2E 길드의 출현으로 보다 합리적인 수입 배분 구조가 마련되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지켜야 할 일종의 규칙을 마련함으로써 서로의 피해를 예방하여 보다 안정적인 P2E 활동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열린 셈이다. P2E 길드 역시 블록체인 생태계의 일원인 만큼 조직 구조는 탈중앙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참여자가 각자 발언권을 갖고 의사결정에 합의를 거쳐 길드에 필요한 정책이나 중요한 판단을 결정하는 식이다. 소규모 길드 DAO가 모여 더 큰 DAO를 형성하는 등 블록체인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조직의 구성과 참여도 P2E 길드의 또 다른 특징이다. 대표적인 P2E 길드로는 Yield Guild Games(YGG)가 유명하다. 과거 'Axie Infinity'의 개인 스콜라십 길드에서 출발한 YGG는 2022년 1분기 보유 중인 전체 스콜라 규모가 약 2만 9,548명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174% 성장했다. 여전히 'Axie Infinity'의 스콜라십이 2만 5,382명으로 가장 많지만, 새로운 P2E 게임이 속속 등장하며 다양성을 넓히고, YGG 자체 운영 스콜라십 외에도 자회사 관계인 subDAO의 스콜라십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2022년 1분기의 스콜라십 수익은 'Axie Infinity' 기준으로 9만 3,693달러를 기록해, 전분기 36만 8,968달러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Axie Infinity'의 주요 보상인 SLP(Smoothe Love Potion)의 시세가 0.05달러에서 0.0039달러(5월 중순 기준)로 급감한 탓이다. 대신 YGG는 'Axie' NFT 민팅 비용의 하락을 이용해 'Axie' 보유량을 전분기 대비 122% 증가한 15만 2,213마리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YGG는 단순히 P2E 게임의 스콜라십을 지원하여 수익을 올리는데서 그치지 않고, 신규 P2E 게임의 출시에 투자하며 생태계 전체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2022년 1분기 YGG는 13개의 프로젝트와 파트너십을 추가했고, 260만 달러 투자를 단행했다. 그 중 63%가 새로운 9개의 P2E 게임에, 24$는 다른 P2E 길드에, 14%는 P2E 생태계 지원 인프라 및 플랫폼에 투입됐다. 이렇게 투자한 대가로 YGG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NFT를 받게 되며, 이는 신규 P2E 게임 출시 이후 YGG가 발빠르게 스콜라십을 지원하는 발판이 된다. 실례로 2022년 2월 YGG의 포트폴리오에 추가된 사이보그 축구게임 'CyBall'의 경우 YGG가 지난 2021년 10월 투자를 집행했으며, 'CyBall'로부터 게임 캐릭터 NFT 일부를 인수한 바 있다. YGG를 비롯한 P2E 길드들의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신규 P2E 프로젝트로서는 길드 진영과의 파트너십이 성공적인 프로젝트 런칭에 중요한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2021년 초 불거진 P2E 붐 속에서, P2E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투기나 수익성 강화보다는 게이머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과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P2E 길드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P2E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게임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 비공식적 금융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P2E 이용자들을 교육하는 등 이용자 안전망 구축도 맡고 있다. 토큰의 높은 변동성이라는 리스크를 헷지할 방안을 논의하고,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P2E 환경을 조성할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P2E 게임 시장에서는 P2E 길드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액션들이 정말로 P2E 게임이라는 생태계에 산적한 과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P2E 길드는 태생부터 게임플레이를 통해 수익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던 "P2E 이용자"에서 출발한 진영이고, 현재 P2E 게임 업계가 직면한 이슈들은 대부분 이 "P2E 이용자"들의 과도한 수익추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1주일 동안 약 1,7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던 'Axie Infinity' 게임은 2021년 6월 현재 1.1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용자 수도 2021년 10~11월에 최대치를 찍은 이후 계속 감소 추세이며, 무엇보다 게임 내 재화이기도 한 자체 토큰 AXS와 SLP, 그리고 게임의 핵심 자산으로 취급되는 Axie 캐릭터의 가격은 끝 모를 우하향을 그리고 있다. 게임플레이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은 NFT와 토큰의 가격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Axie Infinity'의 핵심 보상인 SLP의 과잉공급에 의한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다. 지나치게 많은 P2E 이용자가 몰리면서 SLP가 너무 많이 공급됐고, 대부분은 그대로 시중에 풀리면서 토큰의 가치가 폭락한 것이다. 반면 게임 내에서 SLP가 소모되는 곳은 새로운 'Axie' NFT를 민팅할 때의 비용뿐인데, 이용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NFT 수요가 정체하자 NFT 가격이 하락, 덩달아 민팅 수요도 급감했다. SLP 소모가 도저히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끝날 기약 없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긴 존재가 바로 P2E 이용자를 대거 생태계에 끌어들인 P2E 길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탓에, 부정론자들이 P2E 길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P2E 길드가 새로운 P2E 게임에 대한 투자를 다행하는 것도 표면적으로는 P2E 게임 생태계의 확장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P2E 길드의 새 먹거리, 즉 "돈을 벌 수 있는 새 P2E 게임"을 찾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P2E 길드가 투자하는 신규 프로젝트라고 해서 'Axie Infinity'를 답습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데, 정작 P2E 길드가 투자처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탓이다. 투자의 목적인 P2E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P2E 수익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새 P2E 게임의 초기 투자자로서 빠르게 NFT 자산을 선점하여 가장 투자 대비 수익성이 좋을 서비스 초반에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탈하겠다는 의도라면, P2E 길드는 생태계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수도 있다. 'Axie Infinity'가 드러낸 한계를 목도한 P2E 게임 업계는 "게임을 하며 돈을 번다"는 기존의 P2E 캐치프레이즈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용자가 보다 노력해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게 각종 장치를 마련하고, P2E 이용자가 버는 돈의 출처를 마련하고자 게임 내 가치의 순환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동안은 무시되었던 게임에 돈을 쓰는 이용자, 즉 기존의 전통 게이머 진영에도 본격적으로 신경쓰는 분위기다. 요약하면, P2E 게임은 점점 P2E 이용자가 돈을 벌기 어려운 형태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이는 P2E 길드의 수익 모델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 P2E 길드가 정말로 P2E 게임 생태계의 발전에 관심을 갖고 지원할 의지가 있다면, 발빠른 초기 투자로 수익을 선점하는, 초기 P2E 게임의 폰지 구조라는 태생적 한계를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던 종전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만일 그럴 수 없다면, 'Axie Infinity'의 실패에 따른 책임을 P2E 길드도 짊어지고 함께 몰락할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위에서 벌어진 한 생태계의 종말을 그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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