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를 둘러싼 스타트업 가운데 사업모델을 Web 3.0 중심으로 전환하거나 기존 사업에 Web 3.0 기능을 추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벤처캐피털 Antler에 따르면 현재 95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Web 3.0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결합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 NFT 프로젝트를 발표한 Cameo,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생성을 지원하는 Upstream, 크리에이터를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NFT로 사업을 전환한 Rosebud AI 등이 대표적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련 스타트업들이 Web 3.0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Web 3.0에 집중되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기대한 측면도 있지만, Web 3.0이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권한과 수익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주요 가치로 삼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선택으로서, Web 3.0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Cameo, NFT 프로젝트 ‘Cameo Pass’ 발표
유명인사와 온라인 인플루언서의 맞춤형 동영상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플랫폼 Cameo는 2022년 2월 ‘Cameo Pass’ 라는 NFT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Web 3.0 시장에 진입했다.
Cameo 사용자는 2월 17일부터 0.2이더리움(2월초 기준 약 550달러 상당)에 Cameo Pass를 민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유명인사들과 함께 하는 파티나 미팅, 온라인 Q&A 등 독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 NFT에는 NFT 아티스트 Burnt Toast와 Vinnie Hager, LA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Luke McGarry 등이 참여했다.
Cameo Pass는 gd(Good Day), gm(Good Morning), gn(Good Night)의 세 가지 종류로 수량은 각각 2천개이다. 사용자는 프리세일 단계에서 최대 6개 NFT까지 민팅할 수 있으며, Cameo는 NFT 민팅과 유통을 위해 NFT 마켓플레이스 OpenSea와 제휴했다. Cameo는 NFT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 중 일부를 향후 Web 3.0 사업 기회 탐색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Upstream, 소셜미디어에서 탈중앙화 조직(DAO) 생성 플랫폼으로 사업모델 전환
Upstream은 우너래 팟캐스트와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에 관심있는 집단을 주축으로 하는 전문 소셜 미디어를 지향했으나, 2021년 11월 탈중앙화 조직(DAO) 관리를 지원하는 ‘Upstream Collective’를 출시하며 사업모델을 Web 3.0으로 전환했다.
Web 3.0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DAO는 중앙에서 관리하는 주체 없이 개인이 자율적으로 투표하고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운영하는 조직을 의미하며 모든 참여자는 블록체인 상에서 만들어진 토큰을 보유하고 참여자의 권리를 갖게 된다. 그러나 Snapchat에서 투표하고 Discord 채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거버넌스는 Aragon에서 하는 등, 기존 DAO는 여러 서비스에서 파편화된 방식으로 운영되어 어려움이 많았다.
Upstream Collective는 토큰 발행을 통해 모든 DAO 기능을 한꺼번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Upstream Collective는 준비기금, 투표 기능, 거버넌스, 지갑 등 DAO의 핵심 요소들을 모두 제공하며, 발행한 토큰을 제안을 만들고 투표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만일 제안이 통과되면 해당 활동은 자동으로 블록체인 상에서 수행되며, 참여자들은 코딩 방법을 몰라도 쉽게 DAO를 운영할 수 있다.
DAO 트래킹 기업 DeepDAO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DAO의 총 가치는 80억 달러 이상이며, Upstream Collective가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 기금은 약 200만 달러로 Upstream은 사용자가 운영하는 DAO 프로젝트의 2%를 수수료로 받는다. Upstream은 향후 기능을 더욱 개선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새로운 DAO를 런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Upstream은 Web 3.0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한 이후 올해 3월 진행된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1억 2,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기존 투자자 Boldstart Ventures가 주도한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Ibex Investors, Tiger Global, Vayner Fund, Fenbushi Capital 등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Boldstar Ventures 측은 “Upstream이 누구든지 쉽게 DAO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Web 3.0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AI 기반 애니메이션 이미지 제작 스타트업 Rosebud AI, NFT로 사업 전환
Rosebud AI의 기술은 크리에이터들이 가상 세계와 게임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와 풍경 등의 디지털 자산을 생성하는데 사용되며, 조만간 출시 예정인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해 크리에이터는 “미래지향적 생쥐 DJ”나 “판타지 세계의 엘프 여왕”과 같은 설명을 넣기만 하면 해당되는 디지털 이미지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 만일 크리에이터에게 수수료를 청구하는 방식을 매출을 창출할 계획이다.
Rosebud AI의 Lisha Li 설립자 겸 CEO는 구독 기반 모델에서 NFT 판매 수수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함으로써 더 많은 사용자들이 자사의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했다. Li CEO는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NFT로 만들어 재판매하기를 원하는 크리에이터층의 수요가 존재한다며, 예술가들에게도 온라인으로 아바타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로서, Rosebud AI의 서비스를 통해 이 과정을 더욱 쉽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iew Point
지난 해부터 급부상한 Web 3.0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분산화된 네트워크 상에서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사용자가 주권을 행사하는 탈중앙화 인터넷을 일컫는 개념으로, 전 세계 IT 업계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Web 3.0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의 리브랜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Web 3.0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Web 3.0이 단순히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넘어 Facebook과 같은 거대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사용자에게 분산함으로써 인터넷 전체를 재창조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Web 3.0에 몰리는 벤처캐피털 투자만 보더라도 Web 3.0은 기존 거대 플랫폼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기업들이 탄생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Pitchbook에 따르면 2021년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는 300억 달러에 달했으며 미국 기반의 가상자산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7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The Information의 Creator Economy Database에 의하면 미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련 스타트업이 조달한 투자금은 2021년 50억 달러에 머물렀으며, 지난 1분기 조달한 자금은 지난 4분기의 10억 달러 대비 30% 감소해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벤처캐피털 투자 추이만 보더라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들이 사업모델을 Web 3.0 중심으로 전환하거나 기존 사업에 Web 3.0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Web 3.0과 결합을 추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다수의 크리에이터 스타트업들에게 Web 3.0 트렌드에 참여하는 것은 2000년대 후반 모바일 앱 제작 열풍에 비견할 만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Upstream의 Alex Taub 설립자 겸 CEO는 “많은 사람들에게 Web 3.0은 인터넷과 iPhone과 같은 기술의 전환점” 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Cameo, Upstream, Rosebud AI 외에도 Antler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 내에서 100개에 육박하는 Web 3.0 스타트업들이 NFT 마켓플레이스, 음악, 유명인사와 팬의 인터랙션, 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 중으로 이중에는 이더리움 기반의 블로그 플랫폼 Mirror, 유명인사의 디지털 아바타를 제작하는 기업 Genies, 블록체인 기반의 음악 로열티 마켓플레이스 Royal 등도 포함된다. 이중 상당수는 설립된 지 5년 미만의 기업들로 시리즈 B까지의 투자라운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상당수 크링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들에게 Web 3.0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는 선택이 아니다. 이들이 주요 고객으로 삼는 디지털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은 NFT 마켓플레이스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랫폼의 지배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내는 산출물에 더 많은 구너한과 수익 기회를 약속하는 Web 3.0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과는 분명한 교차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대개의 스타트업들은 Web 3.0으로 사업을 완전히 전환하기보다는 기존 서비스에 Web 3.0을 통합하는 방향을 선택하며 Cameo Pass라는 NFT 프로젝트를 통해 유명인사와의 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Cameo도 그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단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기 위해 Web 3.0을 끌어들이는 일부 스타트업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일례로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털 lightspeed Venture Partners의 Nicole Quinn 파트너는 벤처캐피털의 관심을 받기 위해 Web 3.0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며, 사업을 Web 3.0으로 전환하거나 NFT 기능을 추가하는 핵심 이유는 고객의 필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Rosebud AI 역시 애니메이션 제작 웹에서 Web 3.0으로 사업을 전면 전환한 배경은 고객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모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들에게 Web 3.0이 정답이 될 수는 없으며, 게임에 NFT를 포함하려는 게임사들의 시도에 극렬히 반대하는 게임 커뮤니티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타트업이 고객으로 삼는 크리에이터 유형에 따라서 NFT나 기타 Web 3.0 기능을 추가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스타트업들처럼 Web 3.0과의 결합을 통해 기존 사용자들이 불편을 해소하거나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많은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늘어난다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산업도 Web 3.0이라는 핵심 트렌드와 함께 더욱 굳건한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