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디어 퍼블리셔 진영에서는 날이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메타버스 트렌드에 부응하는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는 분위기다. 전쟁터를 비롯한 역사적인 현장, 여행, 요리, 스포츠 등 주요 콘텐츠 카테고리의 이벤트, 홀로그램 버전의 뉴스 앵커가 전달하는 아침 뉴스 등을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저렴한 가상현실(VR) 헤드셋이 보급되는 등 메타버스 관련 기술이 주류화되어 가고 있는 추이도 청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경제적인 VR 장비의 보급 확대로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로 유입되는 흐름이 메타버스 트렌드의 게임 체인저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불거지는 실정이다.
영국의 미디어 전문지 Press Gazette는 2022년 4월 21일 기사에서 미디어 퍼블리셔 진영에서 차세대 비즈니스 혁명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3D 가상 세계와 메타버스 관련 비즈니스 기회에 동참해야만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미디어 산업에서도 메타버스 열풍이 불가역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메타버스와 NFT, 암호화폐 등을 포괄하는 탈중앙화되고 민주화된 Web 3.0 생태계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퍼블리셔를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디어 및 마케팅전문 매체 Digiday는 2022년 2월 15일 기사에서 2022년 1월 수십 개의 퍼블리셔를 상대로 시행한 자사의 설문조사 결과 80%가량이 메타버스에서 대단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콩의 유력 영어 일간지인 South China Morning Post의 CEO Gary Liu는 Press Gazette와의 인터뷰에서 퍼블리셔 진영이 여전히 Web 2.0으로 알려진 인터넷의 현 단계에서 지속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방법을 파악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실태를 부분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디어 퍼블리셔 진영, 메타버스 트렌드 도입 필요성 증폭...몰입형 콘텐츠의 비즈니스 기회와 기술의 주류화가 방아쇠 양방향성, 참여와 공유를 주요한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Web 2.0은 이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를 대거 유통하면서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발판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같은 소수의 IT 거인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상태다.
미디어 퍼블리셔 진영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무기로 자체적인 구독 비즈니스와 퍼스트파티 데이터1 전략을 통해 콘텐츠 유통과 디지털 광고 게재 측면에서 독과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는 IT 거인들에 맞서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부 퍼블리셔들은 기존의 핵심 수익원인 구독 비즈니스와 디지털 광고 사업조차 안정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 Web 3.0 비즈니스 실험을 단행하는 것이 시간이나 돈을 낭비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잡지 비즈니스 중심의 미디어 퍼블리셔 Bauer Media의 콘텐츠 및 독자 개발 책임자 Ian Betteridge는 "메타버스 트렌드는 아직 지나치게 초기에 머물러 있는 단계로, 독자들이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면 퍼블리셔가 먼저 앞서가며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Liu CEO는 "미디어 퍼블리셔가 지금 바로 Web 3.0 단계로 이행하는 것은 완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난제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와 소유권의 분산을 기반으로 하는 상이한 비즈니스 철학을 수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Z세대 이하에서는 자신의 디지털 데이터와 디지털 창작물을 소유하는 데 신경을 쓰며, 물리적 세계에서의 자산보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자산 구매에 신경을 쓰는 양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세대적인 전환에 있어 다른 세대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South China Morning Post는 거의 5년 전부터 블록체인을 통한 미디어 산업의 변혁 가능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NFT의 폭발적인 인기를 목도하면서 비즈니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South China Morning Post는 NFT 시장에 가세하게 되었다.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역사적인 해인 1997년에 인쇄된 일부 신문의 1면을 시각적 이미지로 제작한 NFT를 필두로 2022년 3월부터 'Artifacts'로 명명된 수집 가능한 NFT 판매를 위해 자사의 신문 아카이브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저가형 VR 장비 보급, 메타버스 트렌드의 게임 체인저...AR, 지역 뉴스 퍼블리셔의 도약대 Press Gazette는 메타버스 트렌드를 둘러싼 일부 퍼블리셔의 우려를 뒤로 하고 비즈니스 솔루션 업체 GAS Commercial의 임원인 Gerry Smyth와 Grant Townshend가 2022년 3월 영국 London에서 개최된 퍼블리셔, 신문사, 콘텐츠 사업자를 위한 주요 행사 "The Publishing Show 2022"에 참석한 퍼블리셔 진영을 상대로 메타버스 기술이 미디어 산업에 제시하는 엄청난 기회에 주목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독려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방점을 찍기도 했다. Smyth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이 주류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인 지표로 언급하기도 했다. Web 2.0 시대의 주역인 Facebook을 소유한 Meta가 300파운드(약 377달러)에 판매하는 Oculus Quest 2와 같은 경제적인 VR 장비가 보급되고 있는 흐름이 일반적인 사람들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며 메타버스 트렌드의 게임 체인저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GAS Commercial은 이러한 흐름에 부응해 퍼블리셔들에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어떠한 방식으로 적응하고 신기술을 도입해 나가야 하는지 알리는 데 힘을 쏟기로 결정하게 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퍼블리셔 진영이 현재 자사의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소비될 것인지, 주요 콘텐츠 소비처에서의 전략과 존재감 확보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자문하며 메타버스 혁명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퍼블리셔 진영이 인터넷 혁명에 적응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느린 행보를 나타내왔다고 지적하면서 "메타버스를 당장 주력 사업으로 삼기보다는 일단 메타버스에 발을 담근 상태에서 관련 HW 판매량이 증가하는 시점에 준비된 비즈니스로서 고유의 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ternational News Media Association, INMA)도 2022년 3월 "미디어를 위한 확장현실(XR) 2 의 기회와 청사진(The Opportunities and Blueprint of XR for Media)"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INMA는 해당 보고서에서 "이 보고서를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직장이나 집에서 헤드셋을 착용하지 않고 있겠지만, 조만간 헤드셋을 착용하게 될 것"이라며, "티핑 포인트가 다가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뉴스 산업은 새로운 기술과 인터넷의 다음 단계에 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역량을 구비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며, 티핑 포인트의 도래에 대응해 일정량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도 보유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직까지는 XR이 뉴스 산업에서 지니는 함의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시나리오는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단 저렴한 헤드셋을 매개로 뉴스 시청자들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전쟁 지역을 마치 전쟁터 한 가운데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체험하게 하면서 뉴스에 생명을 불어넣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뉴스 퍼블리셔 진영이 전쟁터와 미국 국회 의사당 폭동과 같은 역사적인 현장, 여행, 쇼핑, 요리, 스포츠 등 주요 콘텐츠 카테고리의 이벤트, 홀로그램 버전의 뉴스 앵커가 전달하는 아침 뉴스 등을 메타버스로 제공하며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XR 컨설턴트 Stephen Shaw는 INMA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 기업들이 상업적인 응용 프로그램과 양방향 VR 투어 등을 구축하는 한편, XR 경험의 소셜화 전략을 개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고객인 광고주 진영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이벤트를 속속 주최하고 있다는 점에서 뉴스 퍼블리셔 진영이 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Shaw의 견해다. INMA에 따르면, 영국 공영 방송사 BBC를 위한 프로젝트를 제작한 전력을 지닌 영국의 미디어 및 메타버스 컨설턴트 Zillah Watson은 AR의 잠재력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 상태다. 최소한의 장비로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로, 이야기를 현실로 만드는 데 있어 강력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Watson은 "AR은 세상을 탐색하는 방식을 변모시킬 것"이라며, "이사를 가려고 하는 지역에 대한 뉴스를 찾아볼 때에도 AR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역 뉴스 퍼블리셔에게 있어 흥미로운 기회"라고 주장했다. "AR과 VR 기술은 게임 엔진을 토대로 가상 스튜디오와 실시간 그래픽을 생성해 내며 뉴스산업을 변화시키기 시작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언론사가 수년 내로 뉴스 제작의 동력을 게임 엔진으로 전환할 지 여부를 두고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Watson 자신도 다수의 미디어 퍼블리셔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메타버스라는 용어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이제는 신흥 기술과 창조적 역량을 결합하는 데 있어 유용성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메타버스가 이미 많은 이용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는 만큼, 뉴스 퍼블리셔 진영이 뒤쳐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BBC, New York Times 등 선도적인 뉴스 퍼블리셔의 메타버스 전략을 추적하고, Snapchat, YouTube 등 기존 플랫폼을 통해 저예산으로 XR을 통한 혁신을 실험하는 한편, 가능한 한 대규모로 정돈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자금 조달, 전문가 및 플랫폼, 수용자 확보를 위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내용의 세부적인 지침도 제안했다. View Point 메타버스 기술은 젊은 세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데 있어 유용한 기술로 홍보되곤 하지만, 미국의 투자 은행 Piper Sandler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관찰되었다. 7,100명의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절반가량이 VR 헤드셋과 같은 메타버스 접속 지원 단말을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설문조사 대상 중 26%를 차지하는 이미 메타버스 접속 지원 단말을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 중에서는 82%가 한 달을 기준으로 메타버스 출입 건수가 몇 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날마다 메타버스에 접속한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상기한 실태는 메타버스 비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어주고 있다. 게임 전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Diva의 최고 전략 책임자 James Whatley는 Press Gazette와의 인터뷰에서 "퍼블리셔 진영이 독자들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Roblox 등 메타버스 플랫폼 버전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돈을 쓰는 대신에 보다 효율적으로 구독을 유도하는 구독 알림 기능을 만드는 데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 규모의 퍼블리셔들의 투자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메타버스 트렌드를 두고 많은 과장과 흥분이 야기되고 있다"며, "신기술과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통일된 세계로서의 메타버스는 적어도 10년은 걸려야 형성될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조치가 단행되었을 때 일주일 동안 하루 종일 스크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험이었다"며, "머리에 헤드셋을 착용하고 하루 종일 눈에서 3인치 떨어진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은 생지옥과 다름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메타버스의 이용자 경험이 아직까지는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Betteridge는 미디어 퍼블리셔 진영이 VR 공동 공간 구축을 통해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인 메타버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퍼블리셔의 메타버스 내 VR 공동 공간을 근간으로 멤버십 프로그램 등을 내세워 커뮤니티 활동 참여를 독려하며 빈번한 접속을 유도해야 한다는 견해다. "퍼블리셔는 즐겁고 유익하며 탁월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메타버스 내 특정 장소에 모여든 사람들로 메타버스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며, "유사한 관심사를 지니고 있고, 동일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구축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잡지가 신문보다 메타버스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메타버스 트렌드 하에서도 역시 "콘텐츠가 왕"이라는 미디어 산업의 해묵은 금언을 꺼내어들 수밖에 없을 듯하다. VR 헤드셋 착용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토대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다채로운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며 자사의 VR 공동 공간을 활성화하는 미디어 퍼블리셔야 말로 메타버스 전략의 왕좌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년 후의 통일된 메타버스 세계에서 어떠한 퍼블리셔가 한 발 앞선 트렌드 도입 행보와 거듭된 혁신으로 왕좌에 오르게 될 것인지 지켜보는 일이 미디어 업계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 메타버스 트렌드 도입을 위한 향후 10년 간의 반복적인 시행착오의 과정이 단순한 돈 낭비로 폄하받을 지, 10년을 내다본 선견지명으로 평가될 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